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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운반책 썰…아니 그렇게 될뻔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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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 4명의 일본인 친구들을 배웅하기 위해 김해공항을 찾았던 날이 있었다.

 

한국 여행을 마치고 이제 일본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은 이미 항공권을 발권한 뒤라 탑승 수속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우리는 공항 한쪽에 앉아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며 아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나는 20대 초반이었다. 지금처럼 마약 범죄나 국제 밀수 수법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그런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잠시 목이 말라 편의점에 물을 사러 다녀온 사이였다.

 

내가 없는 동안 한 남성이 일본인 친구들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갑작스럽게 말을 거는 낯선 사람 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한국어가 서툴렀고 모두 여성들이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대상으로 판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그 순간 내가 돌아왔다.

 

그 남성은 한국말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누가 들어도 조선족처럼 들리는 말투였다. 물론, 그의 신원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접근해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딘가 모르게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남성의 부탁은 단순했다.

 

“짐이 조금 초과됐는데 이것만 가방에 같이 가져가 줄 수 있겠냐.”

 

당시에는 그 부탁이 왜 그렇게 수상하게 느껴졌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저 처음 보는 사람의 물건을 대신 운반해 달라는 부탁이었고, 다시 가방을 열어 물건을 넣는 것도 번거로웠으며, 무엇보다 모르는 사람의 부탁을 선뜻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부탁을 이어갔다. 하지만 나는 계속 거절했고, 결국 우리는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 되었다며 죄송하다고 인사한 뒤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날의 일은 그렇게 잊혀지는 줄 알았다.

 

몇 년이 흘렀다.

 

어느 날 뉴스를 보던 중, 공항에서 여행객에게 접근해 “짐이 조금 초과됐는데 이것만 같이 가져가 달라.”며, 부탁한 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운반책으로 이용해 마약등 불법 물품을 국경 밖으로 밀반출하는 수법이 소개되고 있었다.

 

그 뉴스를 보는 순간, 오래전 김해공항에서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때도??‘

 

물론 지금도 그 물건의 정체를 알 수는 없다. 정말 단순한 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날의 일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날 나는 친구들을 무사히 배웅한 뒤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당시에는 그저 낯선 사람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뉴스를 보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만약, 그날 친구들이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공항 검색대에서 가장 먼저 의심을 받는 사람은 그 물건의 주인이 아니라, 그 가방을 들고 일본으로 향하던 4명 중 그 짐을 맡은 친구였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어려운 선택보다 사소한 선택을 훨씬 많이 한다.

 

낯선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지 말지.

 

잠깐의 호의를 베풀지 말지.

 

‘괜찮겠지.’ 하고 넘길지, 아니면 한 번 더 의심해 볼지.

 

그 순간에는 별것 아닌 결정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그런 작은 선택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그날 내가 한 선택은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모르는 사람의 물건은 절대 맡지 않는다.

 

아주 평범한 원칙 하나를 지켰을 뿐이다.

 

돌이켜 보면 인생은 거창한 성공보다 이런 평범한 원칙들이 우리를 지켜 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누군가는 “그 정도는 도와줄 수도 있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호의보다 경계가 필요한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

 

그날 내가 지킨 것은 단지 내 원칙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안고 일본으로 돌아가던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까지 함께 지켜낸 것인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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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 1페이지

프랭클린님의 댓글

다행이네요!!!
그 딱 보면 그 느낌이라는게 있긴해요..
무언가 쎄한....
앞으로도 그 원칙 고대로 고수하시면서 쭈욱 가즈아아아아아아~~~~~

떡볶이돈까스님의 댓글의 댓글

@ 프랭클린
조선족이라 첫 느낌부터 쎄하긴 햇는데, 아마 토종 한국인이었으면 말빨에 홀려서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아무일도 없었으니 그걸로 다행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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