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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린이시절

유린이시절 이야기 시리즈 9탄 [그녀와 그녀와의 만남] 요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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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이다
또다시 그녀가 왔다
온다 간다 한마디 말도 없이
예고도 없이 불시착했다
그것도 지난번에 묵었던 그 모텔이란다
당장 오라며 날아온 문자 한 통
대뜸 이렇게 오면 어떡하냐고
곤란하다 진짜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돌려보내야겠다고 다짐하며 모텔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이모 몇 호실이야?” 
“응? 703호”
방 문을 열자마자 왜 말도 없이 왔냐고 다그쳤다
하지만 돌아온 그녀의 한마디에 난 순간 무장해제 될 뻔했다
“보고 싶어서 왔지”
정신 차려야 한다
애써 이성을 붙잡고 물었다
“그럼 일은? 나도 일이 있고 너도 일이 있을 텐데 대책 없이 이러면 어떡해?”
“난 상관없는데?”
“아니, 네가 상관없는 게 아니라 가게 사장님이 상관있으시다고요;;”
단호하게 빨리 가라고 밀어내자
그녀는 제대로 삐졌는지 말없이 문을 열고 푱 나가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서 있는데 모텔 이모가 다급하게 쫓아왔다
“어머, 얘! 저 아가씨 그냥 나가는데 왜 그래?”
그러면서 나한테 돈을 쥐여주는데
액수가 꽤 묵직했다
알고 보니 5일 치 방값을 미리 선결제해 둔 거란다
모텔 이모는 날 도끼눈으로 쳐다보며 얼른 잡으라고 눈치를 줬다
하…… 단골 모텔 이모와의 사회적 체면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밀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그녀를 붙잡아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나 일하러 가야 하니까, 심심해도 방에서 얌전히 TV 보고 있어.”
“싫어. 나 너랑 같이 있을래.”
댕댕이처럼 껌딱지 모드로 나오는 그녀를 두고 갈 수가 없어
결국 일터로 데려가 내 옆자리에 딱 앉혀놓았다
이건 어쩌면 신이 주신 기회일지도 몰랐다
지지부진하던 우리 사이의 ‘썸 아닌 썸’을 확실하게 끝낼 기회
아니나 다를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누구시냐”며 한마디씩 던지고 가더니……
마침내 ‘그녀’가 나타났다
진짜 썸녀의 등판이었다
두 여자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스파크
서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래위로 초고속 스캔을 뜨는데
순간 피바람이 부는 줄 알았다
일하다가 썸녀와 눈이 마주쳤다
썸녀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사람 누구야?”
“아…… 어, 여자 사람 친구
잠깐 있다가 갈 거야.”
내 뱉고도 스스로가 너무 찌질해서 이불킥이 마구 마구 나왔다
전혀 남자답지 못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썸녀가 그걸 모를 리 없지
그 이후로 썸녀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연락도 끊겼다
강제로 평화가 찾아왔다
‘그래, 차라리 잘됐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옆에 있는 그녀와 커피도 시켜 먹고
아주 다정하게 꽁냥거렸다
일을 마치고 그녀를 모텔로 돌려보내며
“나 퇴근하고 갈게” 라고 말했다
잠시 후, 그녀에게서 모텔에 잘 도착했다는 카톡이 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잠깐 밖에 나갔다 오겠단다
순간 머릿속에 시커먼 의심이 피어올랐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 딴 놈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지?’ 인간의 상상력이란 참 간사했다
퇴근하고 의심 반 걱정 반으로 그녀에게 달려 갔다
그녀는 거품 목욕을하며 씻고있었다
근처에서 목욕비누 같은걸 사서 씻고 있던 것이었다
"뭐하냐고 물었더니 나 씻는거 안보여?" 라고 했다 
 티비 밑에 테이블(?) 에는앙증맞은 핑크색 종이가방이 있었다
주변에 뽑기방이 있었나 보다
종이가방 안에서 나온 건 작은 꽃 한 송이와 차량용 방향제
“이거, 네 생각 나서 사왔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밀려오는 감동과 함께
혼자 쓰레기 같은 상상을 하며 의심했던 내 자신에게 엄청난 죄책감이 몰려왔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녀가 데이트를 가자고 해서 차를 타고 시내 인형뽑기방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그녀는 차량용 방향제를 언박싱하며 보여주었다
개같이 생겨서 귀엽긴한데 그때 사진찍었었는데
지금은 어디갔는지 찾을수가 없네...
둘이서 눈을 불켜고 인형을 뽑았는데
결과는 나의 완패
뽑은 인형 두 개 다 그녀의 금손에서 나왔다
그녀는 내 차에 방향제까지 송풍구 에다가 손수 예쁘게 세팅해 주며 말했다
“이 인형은 네 일하는 책상에 꼭 둬!”
(미안하지만 차에 슬쩍 뒀다가, 지금은 집 구석 어딘가에 박혀 있다. 미안하다!!)
슬슬 모텔 방 잡은 기간이 끝나갈 때쯤
그녀가 은근슬쩍 연장을 하려고 시동을 걸었다
“야, 돈 아깝게 뭘 또 연장해 그냥 내 방으로 가자 나 여기 숙소로 쓰는 방 있어.”
그랬더니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아니, 왜 진작 말 안 했어?! ㅋㅋㅋ”
그렇게 내 숙소에서 달달한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침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화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바로 ‘2세’ 이야기였다
“나 씨가 없나 봐 임신이 통 안 되네? ㅋㅋ” 내가 장난스레 툭 던지자
그녀가 진지하게 받아쳤다
“그럼 검사 한번 해봐.”
갑자기 발동이 걸린 우리는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요즘 편의점에 ‘남성용 간이 검사기(테스트기)’ 같은 걸 판다는 고급(?) 정보가 보였다
우리는 새벽에 겉옷만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가장 가까운 GS25에 들어가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알바생에게 조심스레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거기 없으면 없는 거예요~~” (말투 개킹받네 진짜……)
오기가 생겼다
길 건너에 있는 편의점이란 편의점은 다 돌았다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까지 샅샅이 이 잡듯 뒤졌지만 결국 수확은 제로
새벽 편의점 대장정은 허탈한 웃음으로 끝이 났고
우리는 얌전히 숙소로 돌아왔다
그 후로 정확히 일주일 동안 우리는 꿈같은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터미널에서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묘한 여운이 담긴 한마디를 남겼다
“다음엔 네가 와라?”
그녀가 남긴 미션과 함께 찾아온 고요함 하지만 이 소설 같은 현실 연애의 끝은 그리 멀지 않았다
[다음 편 예고: 그녀와의 이별]
드디어 이 기나긴 소설의 마지막 장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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