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린이시절 이야기 시리즈 10탄 [이소설의 끝] 요약본 작성자 정보 작성자 파괴자 쪽지보내기 작성글보기 쪽지보내기 작성글보기 작성일 2026.07.01 15:05 컨텐츠 정보 조회 292 목록 목록 본문 "다음에 네가 와"그 한마디에 홀린 듯 브레이크를 풀었다다음 날이 휴무라는 건 하늘이 도운 게 분명했다일을 마치자마자 네비게이션에 '부산'을 찍고 액셀을 밟았다그녀의 가게 앞에 도착해 짐짓 쿨한 척 전화를 걸었다 "나 다 왔어"블루투스 연결 되어 차 안 가득 울리는 스피커 너머로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사실장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에어컨 바람 소리조차 숨을 죽인 그 타이밍에그녀가 사장에게 툭 던진 말"나 잠깐 나갔다 올게.""어디 가는데?""파파 만나러, ㅎㅎ."순간 심장이 조금 뛰었던 것도 같다잠시 후 차 문이 열리고 그녀가 탔다우리는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 모텔로 향했다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 제일 먼저 욕실로 직행했다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뜨거운 물로 씻어내고 침대에 누웠을 때오랜만에 마주한 그녀는 여전히 예뻤고우리는 조금 격렬하게 서로를 확인했다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와, 왜 이렇게 많이 나와?"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를 품으로 쏙 끌어안았다"나도 몰라?너 보러 서울에서 부산까지 엔진 터지게 날아와서 그런가 보지."남자로서의 근거 없는 뿌듯함을 만끽하기도 잠시급작스러운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와 우리는 사이좋게 기절하듯 잠들었다퇴실 알람 소리에 좀비처럼 일어나 대충 씻고 나왔다부산에 왔으면 국룰인 돼지국밥 한 그릇을 때리기 위해서였다뜨끈한 국밥을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났는데신기하게도 그 이후에 우리가 뭘 했는지는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나지 않는다아마 내 무의식은 그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우리의 유통기한이 다했다는 걸집으로 올라오는 고속도로 위차 안은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우리 사이의 대화창도 멈췄다내가 연락을 안 한 건지그녀가 안 한 건지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밀당이라기엔 너무 차가운 침묵그냥 서로가 자연스럽게 '읽씹'과 안읽씹' 사이 어디쯤에서 관계를 놓아버린 것이다며칠 뒤, "잘 지내?" 하고 툭 던지는 그녀의 톡이 왔다대수롭지 않게 영혼 없는 답장을 보내고 내 할 일을 했다그러다 문득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올렸던 후기 글들을 모조리 비밀글로 잠가버렸다딱 하나만 남겨두고나의 흔적을 인공호흡기 떼듯 꺼버린 것이다아니나 다를까며칠 뒤 그녀에게서 칼톡이 날아왔다무슨 일이 생겨서 며칠 연락 못한 건데 고작 그것 때문에 글을 다 잠갔냐며 뾰루퉁해하는 내용이었다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졌다장거리 연애의 핵심은 첫째도 연락, 둘째도 연락이거늘정말 대단한 일이 있었다면 카톡 한 줄 남기는 게 그리 어려웠을까?"나 뭐 해", "어디 가"라는 말 한마디 없이 늘 온다 간다 말도 없던 너사람 마음을 늘 대기실에 앉혀놓던 그 나쁜 버릇은 여전했다그래, 우린 딱 여기까지인 거다그렇게 완벽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수십 일이 지난 어느 날 뜬금없이 또 연락이 왔다"너 번호 뭐야?"바뀐 것도 없는 번호를 다시 알려주는데순간 등줄기에 쎄한 촉이 꽂혔다'아, 이거 백퍼 가게 블랙리스트에 내 번호 등록하려는 각이다.'여자의 직감만 무서운 게 아니다남자의 촉도 만만치 않다나는 망설임 없이 다음 날 바로 대리점으로 가 번호를 바꿔버렸다그리고 이 모든 스토리가 시작됐던 부비화면을 켰다이 바닥을 완전히 떠나는 게 상책이었다한동안 내가 안 보이면 그녀도 날 찾다 지치겠지번호를 새로 고치고화면 속 회원 탈퇴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3초간의 망설임 그리고 꾹액정이 까맣게 꺼지며 차 안에는 완벽한 정적이 찾아왔다"잘 지내라. 온다 간다 말 없던 나의 단편소설아."그녀의 흔적으로 가득했던 화면이 꺼지자비로소 내 마음의 방에도 완전한 평화가 찾아왔다이제 그녀가 내 옛날 번호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었다그녀의 세상에서 내가 지워지듯내 인생이라는 책에서도 그녀라는 페이지는 깨끗하게 찢겨 나갔으니까부산으로 달리던 뜨거웠던 엔진 소리도나를 '파파'라 부르며 웃던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도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돼지국밥집 위치처럼 흐릿한 신기루가 됐다끝을 알리는 마지막 터치와 함께우리의 장거리 연애는 정말로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완벽하게 로그아웃되었다 파괴자 쪽지보내기 작성글보기 쪽지보내기 작성글보기 Exp 69,587(89%) 89% 쿠폰 게임승률 : 33.3% + 14% 두시의비비기 게임승률 : 10% + 10% 추천 2 신고 관련자료 댓글 0개 과거순 과거순 최신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1(current) 새로운 댓글 확인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목록 목록